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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02/07 [책]대한민국진화론
  2. 2008/02/03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 논란
  3. 2008/02/03 돌돌아, 반갑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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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초의 여성 임원"
5년 전 화려하게 국내 대기업에 입성했다가 정말 알맞은 시기에 미국으로 되돌아간 이현정 상무의 에세이.
아기와 함께 이번 연휴를 보람있게 만들어줬다.

입사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연봉, 비전, 복지 등...
나의 경우 지금 입사한 회사를 결정했을 때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바로 조직문화였다. 내가 생각했던 조직문화가 실제와 100%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한 회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향후 발전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매출 같은 수치보다는 바로 잘 보이지 않는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상무는 이 책을 통해 창조경영을 외치는 삼성그룹이 실제로 창조경영과는 맞지 않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가족친화적 문화를 외치는 대부분의 기업은 반대로 가족친화적이지 않은 기업문화를 깊숙히 내재하고 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정치적이고, 내부인맥을 중시하며, 배타적인 기업문화는 결국 경쟁력을 깎아먹는다. 누구나 알지만, 대부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거나 포기한 문제들을 이 상무는 통렬하게 비판하고 다시 한번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대한 '파리의 택시운전사'라고 할 수 있는 책. 패기있는 젊은 직장인과 함께 기업 임원들도 함께 읽고 토론해볼 필요가 있는 메시지라고 본다. 내가 속한 회사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한 페이지 넘기는데 몇시간이 걸리기도 할 만큼 생각할 거리가 있다!!

나는 이 책을 곧 한번 더 읽을 예정이다. 이건 이 책이 기업문화 뿐 아니라 부모로서의 고민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로서의 그의 고민은 기업임원으로서의 고민과 단절되지 않는다. 그의 부부생활과 자녀양육 얘기에도 눈에 띄는 참신한 정책들이 많았다. 참 쉽지 않게 사는 사람이다.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메시지는 사회통념에 자신을 맡겨 대충 살기보다 불만을 갖고 대책을 만들어가는 '지적인 삶'을 추구하라는 것.
이 책이 매력있는 건 그의 말처럼 자기 세계관을 갖고 지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성숙한 인간을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요새 경영서적은 누구나 돈을 벌라고 얘기하지만 그는 다르게 살라고, 사는 방식에도 블루오션은 있다고 주장한다. 가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위트는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읽고 나서 더 열심히 살고픈 의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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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스

최근 한겨레와 한국일보 간 칼럼과 사설이 논쟁에 휘말렸다.
바로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와 관련해서다.
한겨레 사설 '고대교우회의 빗나간 교우 사랑'(1월9일자)은 고대교우회 100년사의 도를 넘은 명비어천가를 비판하며 한국 3대 마피아 중 하나로 불리는 고대 교우회가 이명박 당선을 계기로 그 세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일보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은 '마피아 본색'(1월14일자)이란 컬럼을 통해 관련 한겨레 사설은 고려대교우회의 낭설 하나 가지고 모든 고대출신들을 자신의 세력확장을 계획적으로 의도하는 권력집단으로 과장 모독했다며, 수구 찌라시를 욕하다 선동 삐라로 전락하는 한겨레의 모습이 보기 딱하다고 일갈했다.

이 논란을 두고 한국일보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공개적인 후배의 물음에 대해 강 위원이 공개적으로 해명글을 내기도 했다. 나도 처음엔 강 위원이 이명박과 고려대를 옹호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아니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고대교우회의 글이 촌스럽고 황당하다는 데에는 두 컬럼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우선 강 위원의 문제 인식 자체는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분명 모든 고대, 해병대, 대구경북 출신들이 패거리문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권력중심에 가까운 몇몇이 이 같은 잣대로 너와 나를 구분하고 세력 확장을 꾀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진실이다. 한겨레가 없는 사실을 있다고 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명박이 교우회 행사에 가서 한 얘기들을 보라. 눈 앞에 보이는 패거리 짓거리를 두고 이를 무시하기란 신문으로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거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 사설의 주어는 모두 '고대교우회는'이지 '고대 출신'이 아니었다. 따라서 모든 고대출신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강 위원의 말은 근거가 없다.

기자로 밥벌이를 한지 30년이 됐건 1년이 됐건 독자의 평가 앞에서는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논지와 달리 생각했다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정성껏 해명할 일이지 "감히 내권위에 도전을"이라며 핏대세울 일은 아니다. 이제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엘리트주의적 언론관은 버려야 할 때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그와는 별개로, 강 위원의 해명을 통해 대중의 여론에 무관하게 해야할 말은 하는 것이 언론인의 자세라는 것, 사설은 바로 신문사 소유주의 것이니 사설과 기사가 따로는 노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얘기 등은 평소 궁금증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소중한 조언이었다.



<논쟁이 된 기사>
**한국일보 강병태 수석논설위원의 '마피아 본색'(1월14일자)

마피아는 19세기 중반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 섬의 100여 지역 범죄집단, 이른바 패밀리들이 만든 느슨한 비밀결사를 일컫는다. 저들끼리는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라고 부른다.

‘our thing’ 또는 ‘same thing’이란 뜻이라니, 우리 편 또는 같은 편이라는 말인 듯하다. 이들이 널리 알려진 것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동부 이탈리아 이민사회에 다시 뿌리내린 데 따른 것이다. 마피아 패밀리들은 온갖 범죄영역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공권력을 제치고 대신하는 노릇까지 한다.

■이런 마피아의 본디 특색과 정체, 뭉뚱그려 본색에 관한 온라인 백과 Wikipedia의 풀이가 흥미롭다. 국가권력이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데서 비롯된 사회현상 또는 문화이다.

이때 마피아는 그저 범죄조직이 아니라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 나아가 보호자를 자임하는 의식과 태도를 의미한다. 그 바탕은 과장된 자부심과 명예의식, 심지어 사회적 책임감이다. 공조직을 포함한 특정집단을 마피아로 부르는 것이 악의만은 아닌 것과 통한다.

■이런 마피아의 본디 특색과 정체, 뭉뚱그려 본색에 관한 온라인 백과 Wikipedia의 풀이가 흥미롭다. 국가권력이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데서 비롯된 사회현상 또는 문화이다.

이때 마피아는 그저 범죄조직이 아니라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 나아가 보호자를 자임하는 의식과 태도를 의미한다. 그 바탕은 과장된 자부심과 명예의식, 심지어 사회적 책임감이다. 공조직을 포함한 특정집단을 마피아로 부르는 것이 악의만은 아닌 것과 통한다.

■낡은 상식을 얘기한 것은 ‘고대교우회의 마피아 본색’이란 지난 주 한겨레신문 사설이 황당하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음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해외 동포사회에서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의 유난한 결속력을 우스개 삼아 마피아에 빗댄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교우회가 펴낸 ‘100년사’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한껏 칭송하고, 그가 참석한 새해인사 모임이 ‘요란뻑적’ 했다고 해서 마치 국가권력 찬탈을 도모한 대역무도한 집단인양 매도한 것은 우습고도 개탄스럽다. 신문의 기본을 내팽개치고 짓밟은 난동, 난설(亂說)이다.

■나는 ‘원조 패밀리’라는 TK출신에 고려대를 나왔다. 또 연락장교로 해병 빨간 명찰을 단 적이 있어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연분도 한겨레 사설이 떠든 ‘결속력, 목표의식, 실행력’으로 수많은 ‘형제급 동문’의 출세를 돕는다고 생각할 수 없다.

TK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 등으로 엇갈렸다 다시 만나기를 거듭하는 거대한 사회집단을 협소한 패밀리, 패거리의 틀에 얽어 넣는 것은 도착(倒錯)이고 착란이다.

악에 받친 듯한 말투와 해괴한 논리로 스스로 패거리 본색을 드러낸 것은 무너진 전선을 다시 형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전에도 지적했듯, 수구 ‘찌라시’를 욕하다 선동 ‘삐라’로 전락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한겨레 사설 '고대 교우회의 빗나간 동문 사랑'(1월9일자)

한국 사회엔 3대 ‘패밀리’가 있다고 한다.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려대 교우회가 그것이다. 굳이 서양 마피아에나 어울리는 ‘패밀리’ 호칭을 쓰는 이유는 결속력, 목표의식, 실행력이 다른 집단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한국에서 패밀리의 원조는 티케이(대구·경북)라고 해야 할 것이다. 티케이는 경부축 중심의 개발 과정에서 경제적 부를 쌓았고, 박정희 쿠데타 이래 3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정치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호남향우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 결속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티케이와 비교된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된 호남인들이 살아남고자, 혹은 최소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속이라는 점에선, 지배블록 티케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병전우회도 사실 결속력만 강할 뿐 다른 패밀리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을 움직이는 건 정치·경제적 동인이 아니다. 이들을 묶어주는 건 험한 군 경험뿐이다.

그런 점에서 티케이와 가장 닮은 건 고대 교우회다. 다른 대학은 동창회 혹은 동문회라고 하지만, 고대는 특별히 교우회라는 이름을 쓴다. ‘같은 학교의 우애 있는 친구’라는 뜻이다. 단순한 동문이 아니라 형제급 동문인 것이다. 그러니 결속력은 강할 수밖에. 게다가 고대 출신은 대한민국 3대 학벌을 형성하고 있다. 입법부나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 웬만한 회사에도 고대 교우회가 꾸려져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막강 권력인맥이 형제급의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패거리로선 전성기의 티케이가 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고대 교우회는 권력을 계속 더 확대하려 한다. 더 많은 명망가를 확충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각종 행사를 통해 결속을 도모하고, 그 인맥을 통해 교우의 출세를 돕는다. 6개월짜리 최고위 과정만 밟아도 교우로 인정하는 건 그 일환이다. 자연자원 정책과정을 수료했을 뿐인 심형래씨는 ‘세계로 뻗어가는 자랑스런 심 교우’다.

그런 고대 교우회가 이명박 교우의 당선 이후 ‘승리의 새벽’을 구가하고 있다. 창립 100돌을 맞아 펴낸 교우회 100년사에 실린, ‘명’비어천가는 압권이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은 한 오라기 지성의 흔적마저 지워 버렸다. 광신적 찬양과 선동이 넘치던 그 자리의 주인공은 이 당선인이었다.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그가 느낀 건 자부심일까 두려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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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스

도무지 마음의 준비가 안되는 일이 있나보다. 어릴 적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가는 일이나 치과 가는 일, 낯 뜨거운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이는 일이나 매를 맞는 일 등 지금까지 겁낼 만한 모든 일들은 어느 정도 미리 상상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생긴다는 건, 도무지 준비가 안된다. 역시 나고 죽는 일은 사람의 영역 밖의 일인가보다.

31일 오전 11시 쯤 아기를 낳으러 분만실에 들어간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는 이내 겁이 나기 시작했다. 겁의 정체가 무언고 가만 생각하니, 우선 아내가 겪을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내가 거의 꿈꿔보지 못했던 아버지가 된다는 두려움. 이건 아직도 왜 두려운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기사를 후딱 하나 쓰고 회사의 양해를 구한 다음 2시쯤 병원으로 달려갔다. 전화할 때만 해도 멀쩡했던 아내는 이미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아기가 탯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오후4시22분까지 아내는 생애 마지막과 같은 고통을 겪었고, 나는 그 옆에서 다만 손을 잡아주고 움켜쥘 옷을 내주었다.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전쟁이라는 말밖에는... 극한의 고통이라는 말 밖에는...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아기 머리가 나왔어, 조금만 더 힘내"
예비 아버지는 이 말을 꼭 기억하시라. 나도 어디서 들은 말인데 산통을 겪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도움말이란다. 다른 말은 고통스러운 산모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실제로 아이의 새카만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끝이 보인다는 환희를 느끼면서 절로 이 말이 나온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이 말을 들은 산모는 힘을 내서 마지막으로 힘껏 아이를 밀어낸다. 병원에 도착하고 약 5시간 만에 태어난 돌돌이는 세상에 나자마자 효도를 한 셈이 됐다.

나와 어디가 닮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발가락이 닮긴 한 것 같은데...
그리고 코는 아주 예술로 나왔다. 분명 내 건 아니고 아내의 코를 그대로 닮았다. 시원하게 찢어진 눈하며...
다만 좀 잘 먹어주면 아주 훌륭하겠다. 나나 아내나 어릴 적 찰랑찰랑하는 젖병 하나 물려주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먹어치워야 한숨 잠을 청하는 아기였으니, 곧 피가 무섭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건강하고 밝은 아이가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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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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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똑한 콧날을 보시라

Posted by 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