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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조선업에 대한 주채권은행 신용평가 결과가 ‘제 식구 감싸기’로 끝났다. 평가대상 111개사 가운데 퇴출이나 기업개선작업 대상은 10% 정도이고 대부분은 문제없거나 심각하지 않은 일시적 유동성 부족 수준이라는 합격점수를 받았다. 주채권은행의 이번 평가가 정확하다면 그동안 왜 돈을 묶어 두고 기업을 괴롭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90%가 합격점 ‘제 식구 감싸기’

금융감독원장이 부실 평가에 대한 사후 책임을 공언하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주채권은행이 문제없다는 기업을 다시 퇴출 대상에 넣기는 매우 어렵게 됐다. 이런 사태가 유발된 것은 금융감독 지휘체계가 혼란스러웠고 뒤늦게 취임한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장의 ‘신속성보다 신중성’이라는 후한 답안을 암시하는 모호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은행의 부실대출책임을 묻고 금융기관 사이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자리에 취임하는 인사가 특정 은행 내부 합병갈등을 해결했고 오랫동안 사외이사를 맡아 왔다는 경력이 부각되는 혼선도 생기고 말았다.

건설과 조선업이 우선적 구조조정 대상이 돼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정책홍보도 부족했다. 이들 두 업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뿐만 아니라 이행보증까지 받고 있어서 부실의 여파는 치명적이다. 대한주택공사의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으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대한주택보증의 보증대상이다. 조선업은 관행상 거액의 선수금을 미리 받으므로 금융기관의 선수금환급보증(RG)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건설과 조선업의 대규모 이행보증으로 인해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대한주택보증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도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동산 경기를 등에 업고 사업을 확장한 건설사는 16만 채에 이르는 미분양 주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고 향후 주택 수요에 대한 전망도 극히 불투명해 사업 위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선업은 중국 특수가 유발한 해운업 활황과 고유가로 인한 노후선박 대체수요의 폭증으로 초호황을 누리는 과정에서 저가 수주를 앞세워 중소업체가 다수 설립됐다. 지난해 9월 이후 선박 신규 수주는 자취를 감췄고 계약금을 포기하면서도 계약을 해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건조된 선박도 일거리가 없는 백수가 되어 장기간 정박을 목적으로 필리핀 수비크 만으로 예인되는 실정이다.

중소 조선사는 시설자금 조달이 어려워 건조를 중단하고 선주는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찾아갈 기회만을 노리는 가운데 RG를 발행한 금융기관은 전전긍긍한다. 주택 청약자도 부실화한 시공업체 대신 다른 사업자가 완공하는 분양이행보다는 분양원금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조조정 시기 놓치면 모두 망해

건설과 조선업은 수주산업이어서 부실기업을 미리 추려 합병 등 구조조정을 통해 진행 중인 공사를 건전기업으로 이전할 수 있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납기 지연으로 계약이 파기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금융기관을 덮치게 된다. 또 부실평가로 생존한 일부 기업주의 회사 재산 빼돌리기 등 도덕적 해이도 생기기 마련이다.

금융당국이 회계전문 인력을 대폭 동원해 주채권은행의 9월 결산서 중심 평가와 별도로 12월 결산서를 이용해 신속 정확하게 재평가해야 한다. 그 결과 주채권은행과 평가 등급의 차이가 있을 경우 주채권은행이 이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추가소요자금 전액을 책임지도록 선택하게 해야 한다. 이번 구조조정은 홍수가 예견된 가운데 금이 간 댐을 고치는 일에 비유될 수 있다. 상류의 금융위기가 점점 고조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대폭적인 수리작업을 신속히 끝내야 우리 경제가 생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Posted by 좀스


단지 그가 예상보다 젊고(30대) 학벌도 낮고(전문대) 직업도 없는 남자라서가 아니다.
상황이 참 묘하게 돌아가니 음모론이 뭉개뭉개 피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지난번 "은행에 달러매수 금지하라는 긴급업무명령 1호를 내렸다"는 글부터 수상쩍었다. 도무지 긴급업무명령이라는 건 어느 법에 나온 조치인지도 모르겠고.. 예의 분석적인 컬럼성 글이 아니라 미숙한 스트레이트를 쓴 것도 그랬고.. 만일 그런 조치가 있었으면 은행 딜러 사이에서 소문이 돌아도 벌써 돌았어야 했다. 더 이상한 건 스스로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도 정부는 한명의 네티즌 얘기에 이례적으로 해명자료까지 냈다. 아마 언론사에서 쓴 기사에 대한 것보다 더 발빠른 대응이었던 거 같다.
그러자 일부 언론사에선 '이번엔 허위사실 유포로 자충수를 뒀다'고 논평했고, 그저께 바로 그 사건으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누군가가 기획했건, 아니면 미네르바의 유명세가 부러웠던 한 젊은이의 한낱 장난이 정부의 가려운 팔꿈치를 햝아줬건, 또는 정말 그가 미네르바이건 간에...
가짜이건 진짜이건 어쨌건 검찰은 한명의 네티즌 '미네르바'를 체포했다. 명백히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 것도 아니고,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것도 아닌데... 인터넷 게시판에 거짓말을 했다고 검찰이 붙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검찰은 수사 이틀째 비공식적으로 그의 나이와 학벌, 직업 여부를 언론에 흘렸다.

미네르바의 절필선언은 아마도 정부 관계자와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이제 사실여부를 밝혀줄 당사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검찰은 적절한 희생양 하나를 만들어낸 것 아닐까. 다양한 음모론이 떠오르는데 적기가 겁난다.. 이 글로도 잡혀가려나.. 에라...

차라리 삼성전자, KT의 문을 닫게 할 일이지.. 인터넷 못쓰게 하려면...

Posted by 좀스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부교수
한나라당이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공성진 의원 대표발의)과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고승덕 의원 대표발의)은 은행을 자회사로 두지 않는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산업 진출을 원활히 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개정안은 제조업부문에서의 파산 위험을 금융부문으로 쉽게 전이시키며, 은행의 여신을 통한 효율적 자본조달 심사 기능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킬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우, 기업들은 정부 개입으로 파산 위험이 거의 없어짐을 알게 되고 따라서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위험관리를 할 유인을 가진다. 즉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위험관리를 규율할 퇴출이라는 시장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려워짐으로써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 리스크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적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 정부는 사전적인 건전성 규제와 소유 규제를 금융 특히 은행 부문에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제도적 보완으로, 현재 발의되어 있는 두 법안 개정안들은 공시제도의 강화나 금융감독과 시장규율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시제도 및 사후적 규제와 감독의 강화가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를 대신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과 경험을 도외시한 착각일 뿐이다. 2005년 9월에 발표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의 ‘기업·시장의 투명성·공정성 측정’ 보고서에서는, 2003년에서 2005년 사이에 기업 내부통제시스템 지표 및 회계투명성제도 지표는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었음에도 전문가 설문 결과는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지배주주(즉 재벌)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재벌이라는 특수한 기업 지배구조하에서는, 공시제도 및 사후적 규제와 감독의 강화와 같은 선진국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감독기관 및 시장과 기업집단 사이의 비대칭 정보 문제는 재벌이라는 지배구조하에서 훨씬 심각하며, 금산분리의 완화는 이러한 비대칭 정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재벌에 대한 사후적인 처벌 역시 사실상 불가능함을 최근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사건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 및 비자금 조성에 관한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명백하게 볼 수 있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또한 재벌이라는 대기업집단이 파산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사전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가 기업의 실물 투자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이론적 근거나 실증적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금산분리의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높이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는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의 생존 전략일 것이다. 만약 이들 경제관련 개정안이 이대로 입법화되어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금융기관이나 은행의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한다면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가 야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경제관련 법안 개정안에 찬성하는 논리나 실증적 논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하고 중장기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은 법안의 개정을 위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의 충분한 토의와 국민적 합의의 도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부교수

Posted by 좀스

세계적 경제위기에 처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막대한 재정 지출 시도 뉴스가 쏟아진다. 이를 '신뉴딜'이라 부르는 것은 1933년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을 연상시키는 뜻에서이리라.

뉴딜은 두 차례 시행됐다. 1차 뉴딜의 금융개혁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 은행의 증권업, 보험업 겸무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각 은행은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한 위험 감소책을 쓰지 못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업투자은행을 규제하기 어려워 부작용만 나았다. 이러한 은행 분리는 기업의 장기투자를 위한 외부자금 조달 비용도 높였다. 같은 시기에 도입된 연방예금보험제는 은행의 도덕적 해이 소지를 키웠다. 산업에서 카르텔이 허용되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상품, 노동시장이 왜곡됐다. 경작지를 제한하는 농업조정법은 소작농을 농지에서 축출해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했다.

요즘 '신뉴딜'은 2차 뉴딜, 즉 재정지출, 구호정책을 염두에 둔 듯하다. 2차 뉴딜이 시행된 것은 달러의 금태환 정지와 평가절하가 자리잡고, 해외에서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돼 이자율이 하락하며, 이에 힘입어 투자 및 내구소비재 지출 증가와 경기회복이 시작된 이후다. 구호정책은 연방정부가 실업자, 빈민에게 저리대부를 제공하고 공공근로를 통해 대규모 공익사업을 벌이는 등이었다. 국민소득에 대한 정부 예산 비중은 12%에서 20% 이상으로 터무니없이 급증했다. 그 절반 이상이 구호사업에 쓰였다. 재원은 세수를 늘려 충당했다. 재정규모가 예전에 이미 커 있었다면 그렇게 막대한 지출 증가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재정은 약간 적자였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의도적 적자재정을 펴서가 아니라, 불황기에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정압박이 심해지자 1937년 다시 불황 추세로 돌아섰다.

이렇듯 뉴딜이 경제 활성화, 실업 감소에 미친 효과는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는 미미했다. 뉴딜의 많은 조치는 상충, 모순되기도 했다. 역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예컨대 고임금정책은 새 일자리 창출을 제한했다. 공공근로계획의 목표는 도로ㆍ공공건물 건설, 공원조성사업을 통한 400만 일자리 창출이었다. 대공황기의 가장 큰 근로ㆍ구호 계획이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별 성과도 없었다. 비교적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이 분야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과의 사이에 정치적 문제도 발생했다. 이 계획은 두어 달 후 종결됐다. 이후에도 긴급구호가 있었으나 역시 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당시로서는 대중에게 아주 새롭게 받아들여졌을 정책을 통해 앞날에 대한 기대, 희망, 용기를 심어줬다는 점에서 뉴딜은 경기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로 하여금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해 대규모 공공근로계획을 채택하게 하려는 논의는 영국에서 가장 왕성했다. 케인스도 이 주장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재무부, 금융계, 기업 등에서 적자 정부 지출에 대한 반대가 뿌리깊어 이를 시행하지 못했다. 금본위를 포기(1931년)하고 나서야 신용 완화 같은 다른 정책을 쓸 수 있었다. 독일은 나치정권 초기 외환통제와 함께 팽창적 재정 지출로 경기회복세를 이끌었다. 고용창출 계획만이 아니라 산업연관 효과가 높은 자동차산업 육성, 재무장 등 광범한 부문에 지출이 있었다. 하지만 재원은 일종의 분식회계와 강제저축 동원으로 조달했다. 케인스식 적자재정 지출이 실제로 시행된 곳은 스웨덴이었다. 실업 감소는 그 1년 전에 시작된 팽창적 통화정책 덕분이었다. 일본의 공업생산은 서방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성장했다. 금본위에서 신속히 이탈하는 동시에 공업지지를 위해 팽창적 적자재정 정책을 쓴 결과였다. 케인스식 조치였다기보다는 파행적 군비지출이었다.

1930년대는 거의 모든 산업이 어려웠지만 모조리 그렇지는 않았다. 전기, 화학 등 신산업은 성장하고 있었다. 생산성 향상도 지속되고 미국의 시간당 GDP 증가율도 높아지는 시기였다. 실업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요즘 실업이 1930년대만큼 극심한 수준은 아니다. 국제적 여건도 다르다. 장기적이고 유연한 목표와 정책, 앞날에 대한 긍정적 사고가 중요하다.

[양동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대공황 연구에 대한 국내 권위자.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재정집행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
Posted by 좀스
[최근 외환보유액 관련해 나온 분석 중에 가장 공감이 가는 글. 과연 위기를 부추기는 건 외신일까, 아님 괜찮다고 강변하는 '리만' 브더러스 일까.]


10월 내내 원-달러 환율 변동이 하루 평균 3.19%나 됐다. 정상적 시장에선 볼 수 없는 이런 ‘특단의 외환위기적 상황’은 우리 외환시장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핵심적 문제는 두 가지로 모아진다. (1)은행이나 기업과 같은 민간 부문에서 외환을 공급해줄 능력이 있는가 (2)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정말 충분한가 여부다.

첫 번째 문제의 경우 한국계 은행이든 외국계 은행이든 넉넉한(수백억 달러 규모) 외환을 차입해 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국제시장에서 신용위험이 가라앉지 않은 데다 신용위험스와프(CDS)률도 최악의 상황을 달리고 있다.

그런 여건이니 은행도 아닌 기업이 해외에서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공급하는 것도 미국이나 중국의 경기침체를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외환시장 위기해결의 핵심은 두 번째 문제, 즉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충분 여부에 귀결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나 한국은행이 줄곧 강조해온 핵심은 2396억 달러(2008년 9월 현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6위에 달할 만큼 많으며 충분하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규모만 따진다면 우리보다 외환보유액이 더 많은 러시아나 인도의 경제는 안전한가? 그리고 우리보다 외환보유액이 훨씬 적은 캐나다, 독일 및 프랑스는 외환위기에 더 취약한 나라란 말인가?

외환전문가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 한국은 무차별적 차입으로 8년 만에 다시 대외채무국으로 전락할 위험이다. 따라서 막강(?)한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단기 대외채무와 여타 외환지급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외환시장에 불안감을 느끼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우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국제적인 신용경색으로 차입여건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또 국가부채에 잡히지 않은 150조원 이상의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하루 수억 달러씩 수개월간 역송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 불안감의 결정적 이유는 ‘과연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건전하고 안전한 자산으로 되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다.

한은이 투자한 미국의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은 국유화됐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자산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한은의 보유자산만 털끝만 한 손실도 없이 완벽하게 장부가격대로 유지하고 있으리라 믿기는 어렵다.

게다가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연일 폭락(올 들어 14.8% 하락)했으니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로화 표시자산도 상당한 평가손이 났을 것이다.

만약 시가기준으로 자산가격이 20% 하락했다면 한국의 실제 외환보유액은 1900억 달러 수준이고, 40% 떨어졌다면 1440억 달러에 불과할 것이다.

한은의 해외 자산 구성은 외국 금융시장이 더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일부 외국 투자은행과 기관투자가들은 한은의 해외 투자자문에 임했거나, 중개 또는 위탁운용을 위임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보다 뉴욕과 런던 시장에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드디어 한·미 간에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됐다. 이는 사실상 한국이 3개월간 최대 300억 달러를 빌려 쓴다는 단기차입 협정이다. 결국 위에서 제기했던 두 번째 문제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비슷한 여건 아래서 중국·말레이시아·인도도 겪지 않는 홍역을 우리가 치르고 있는 게 문제다. 1985년과 97년과 2008년의 외환위기, 그리고 다음은 또 언제가 될까?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Posted by 좀스

시장이란...

경제 2008.10.31 23:13

옛날 또 한번의 위기 당시 미국 신문에 실렸던 만평.
끝을 모르고 내릴 때나, 외환스와프 협정 이후 급등할 때나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림.

이번 사태가 남긴 건 금융상품에 대한 대중의 불신.
그러나 이 불신이 또 얼마나 갈까.
금융업은 제조업의 하인이어야 한다는 말이 지금은 먹히지만,
아마 또 얼마 안가면 금융업은 또 아껴준 주인을 내쫓고 상석을 꿰찰 것이고,
돈은 또 돈만 먹고 돈만 낳는 편식 습성을 끊지 못하리라.
탐욕이란 원래 그런거니까.

그러나 금융이 아무리 거대한 빌딩을 세웠을지라도
그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단 빈말 하나로 일으켰다 무너질 수 있으니...

Posted by 좀스

<출처: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오늘 아침 출근해 외신을 보니 적어도 48시간 안에 미국 구제금융 합의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국민으로서는 참 분통 터지게 생겼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정부 돈은 곧 국민의 혈세 아닌가. 
게다가 구제금융 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당장 파탄날 거라고 정부와 국민을 협박하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누군가.  당시 골드만삭스를 이끌며 지금은 무너진 투자은행들을 규합해 '자율규제'를 관철시킨 인물 아닌가. 그나마도 있던 감독과 규제의 끈을 놓아버리자 미국 IB들은 끈풀린 망아지 마냥 욕망을 채우다 결국 거꾸러졌다. 즉, 자신의 과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직장을 남의 돈을 가로채 살리는 꼴이다. 그럼에도 자기과오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는 커녕 협박만 일삼고 앉았으니..

편하게 딴나라 얘기하고 있을 때도 아닌 듯 싶다. 종부세를 폐지하면 2% 부자들이야 득을 본다고 하지만 플러스가 있으면 어딘가 마이너스가 있는 법.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예산은 줄어들고 그나마 유리지갑 밖에 없는 서민들의 세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처분하지도 않은 재산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건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자신이 거주하는 집과 투자용 주택을 구분해 별도로 과세하는 방식(예를 들자면..)으로 보완해갈 문제다. 갈수록 양극화가 극심해져가는 상황에서 종부세의 소득재분배효과와 부동산시장 안정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부자들이야 경기가 좋아도 돈벌고 나빠도 돈을 번다. 그러나 서민들은 경기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장기적 경기침체기의 초입에 있는 지금 누구를 먼저 보호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은 명확하다.
또한 부자들 세금 줄여줘봤자 그 돈이 시장에 나오지도 않는다. 부자들이 투자에 나서는 건 경기의 문제지 세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새 신문을 보면 이명박 정부처럼 노골적으로 내놓고 부유층을 위하는 정권이 있었나 싶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완전 보수당 지지자와 덜 보수당 지지자, 진보당 지지자가 명확히 구분되고 대를 이어 고착화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
Posted by 좀스

자장면의 추억

경제 2008.01.31 07:53

[관련기사]불은 자장면, 물가도 퉁퉁 부나

중국집 주인도 배달원도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 서민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기사입니다. 특히 화교분들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부터 자장면값에 대한 애환을 갖고 있는데, 이런 부분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때가 때이다 보니 화교얘기보다는 물가 얘기로 귀결되었지만...
실제로 자장면은 시작이요, 업계에 따르면 설 이후엔 그야말로 식품가격 대란이 올 태세입니다.
가격을 올리든지, 아님 용량을 줄이든지, 자신들의 살길은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기업에 있으신 생산자 분들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소비자이니, 적당한 합의점을 찾았으면 합니다.  

여기 또 깨달음을 주는 댓글이 있네요.

우리나라는 1980년보다 못사는 구나.....
울아부지 그때 지방대 나오시고 대졸초임 월급 35만원 받았는디
짜장면값이 24배 버스비가 29배 올랐네
글면 대졸초임 월급이 최소 500만원은 넘어가야 되는디
요샌 지방대졸들 월200-250정도.......... (아이디 dhfroddl12)
물가상승분을 기업과 가계가 어느 정도는 품어안을 수 있겠지만, 그 격차가 너무 벌어질 때는 정말 문제죠. 정부는 물론 물가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에도 힘써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인상해야 한다면 정부, 기업, 가계가 그 부담을 공평하게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겁니다.
대학교육비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보면, 대학과 학생의 부담이 지나치게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예비 학부형으로서 개탄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Posted by 좀스
올해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는 세계에서 제일 얇은 노트북을 발표했다.
이 노트북은 얇은 두께도 두께지만, 완벽한 무선 네트워크 환경을 전제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라, 그 전까지는 사용자들이 아주 불편해할 것만 같긴 하지만...
이 노트북을 보고 있으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네트 사회'가 이미 도래한 것만 같다.
함께 발표한 타임캡술도 마찬가지 컨셉이고,
정보는 이제 물리적인 단말기와 완전히 분리돼 점점 자유워지고 있다. 마치 육체와 분리된 '고스트'가 신체를 자유롭게 옮겨다니는 것처럼... 최근에 애플 키보드 구입해 반한 터라 심하게 감정이입한 듯하지만, 어쨌건 애플은 우리들의 시간을 리드하는 기업임에 틀림없다.

키노트를 하는 스티브 잡스와 그 추종자들은 대체로 보기 좋았다.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한 기업인의 발표에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석학의 강의를 듣는 것처럼 그의 입 모양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안철수씨 정도가 비슷할까. 우리 대기업에서도 이 같은 경영자가 나올 수 있을까. 족벌과 군대식 서열체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과 실력만으로 CEO가 될 수 있는 때가 오면 가능하지 않을까...
 

Posted by 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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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없는 사진 시리즈- 런던 타워브릿지




2008 신년기획 '이제는경제다'를 마친 소감.

1. '이제는경제'라는 주제는 MB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라는 한 댓글에 대해.
만일, 선거 전에 이 같은 기획기사가 나갔으면 할말이 없었을 것. 그러나 이미 선거결과가 나왔고, 선택의 올바름 여부를 떠나 민심이 '경제 좀 살리도'로 쏠려 있다는 것이 증명된 이상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생각. 기사를 정확히 보면 알겠지만, '하려면 제대로 하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음.
 
2. '선진국'인가, '강대국'인가?
프랑스건 영국이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 하나. 그들의 '선진적인' 현재는 그만큼 자본을 모을 수 있었던 그림자(제국주의, 침략전쟁 등등)를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 유럽 특유의 복지나 분배시스템 역시 그런 큰 테두리 안에서 파악해야 함. 선진국이라는 말은 일직선적인 국가발전단계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뉘앙스인데, 제국주의 국가였고 전쟁으로 이윤을 축적한 바 있는 그들 국가와 한국의 케이스는 다름. 따라서 두루뭉술하고 일반적인 '선진국 벤치마킹'은 절대 있어서는 안됨.

3. 프랑스와 영국의 차이
국가개입 정도에서 가장 극과 극의 관계라는건 주지의 사실. 실제 눈에 먼저 띄었던 건 현금과 신용카드. 프랑스는 현금을 주로 사용하고, 신용카드는 아주 제한된 사람들(연봉 얼마 이상의 안정된 직장이 있고.. 등)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산업 활성화에서는 다소 불리. (올해부터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도입 예정). 반대로 영국에서는 지하철 입구의 신문파는 간이 가판대에도 신용카드 리더기가 놓여있을 정도로 일반화. 그러나 이는 대량 신용불량자를 양산. 지난해에만 신용불량자 10만명. 집값버블(모기지 부실) 문제와 함께 영국경제에 암울한 전망을 던지고 있는 요인임.

4. 이제는 금융이다?
유럽 각국의 경제성장책의 화두는 모두 금융이었음.(프랑스 역시) KBS에서는 각국의 금융에만 초점을 맞춘 시사프로그램을 편성 방영했는데, 바른 방향이었다고 생각됨. 실질적인 성장과 생산의 시대가 지나고, 돈이 돈을 버는 시대로. 좀더 장기적이고 거시적 측면에서 명과 암을 다뤄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 자본주의 비판 서적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볼 때.


#출국 4일전에 미션을 받고 부랴부랴 준비. 욕 먹을 정도의 결과물은 아니었다는 자체 평가. 작년에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건 어떨까?" 같은, 또 다른 인생에 대한 상상이 있었는데, 올해는 일 자체에 매몰. 그러나 힘들어도 스폰서 없는 기획기사는 언제든 환영.
Posted by 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