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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상륙

경제 2007.12.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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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묘한 건물 공사장 외벽.


신년기획 출장으로 파리에 도착했다.
차를 타고 드골 공항에서 숙소까지 오는 길에 보니 파리의 밤거리는 너무 예뻤다. 개선문까지 쫙 뻗은 샹젤리제 거리. 그곳에 머리 단정히 깎고 정렬한 나무들에는 보석같은 전구빛이 주기적으로 흘러내렸다. 이래서 디테일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외에도 다른 곳에서라면 주위를 압도했을 루이비통 등 명품매장들이 마치 개선문에 머리숙인 귀부인처럼 보였다. 그만큼 궁으로 직통하는 샹젤리제는 위풍당당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파리거리를 한가롭게 노닐 여유는 없었다. 그게 '출장'의 묘미(?)다. 나중에 반드시 '놀러'오겠다고 결심한 뒤, 숙소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라는 화두를 안고 왔는데, 만만치 않다. 시간의 촉박함은 둘째다. 처음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기사를 써보는 일이라 나한테 도전적인 일일 뿐더러, 토대 자체가 다른 유럽경제 얘기가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라도 재밌을 수 있는 기사가 나와야 할텐데.. 걱정이다.

프랑스 경제는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에 가까운 경우라고 생각해왔다. 나도 그랬다. 무엇보다 분배를 강조하고, 노동자 시민의 권리를 기업의 권리보다 앞세우며, 대책없이 해외자본이 국내 근간산업을 먹도록 방관하지 않는 등 이유는 수도 없다.
자국민을 착취하기 힘들게 만든 건 무엇보다 혁명의 전통에서 온 것일 테다. 그러나 프랑스도 국경을 벗어난 해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에서 내 돈을 투자해 자국민이 가서 뼈빠지게 일해야 돈을 버는 한국경제와 달리,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 등에서 쉽게 돈을 벌어들이는 '렌트 이코노미'가 가능하다는 것. 이 같이 번 돈을 국가가 관리하기 때문에 국가는 항상 부자이며, '성장'보다는 '분배'를 우선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주장이다. 이것도 진실의 한 단면일 것이다. 오늘날 프랑스의 국가자본주의는 바로 여러 식민지를 거느렸던 '절대왕정'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르코지 이후 최근 프랑스는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말하자면 프랑스적 국가자본주의에서 영미식 신자유주의로 변화하려고 한다. 내 관점에서는 적어도 자국민에게는 적용하지 않던 착취의 룰을 이제 국경 내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또 다르게 보면 절대왕정의 전통이 혁명의 전통을 위협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강력한 저항으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사르코지가 뽑혔다는 것부터가 민심의 변화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 민심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기업들이 밖에서 번 돈을 국내에서 나눠갖는 식의 경제 방식이 맞은 위기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닮아있는 한국경제에 갖는 함의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생생한 현장과 코멘트가 필요하다.

Posted by 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