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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기사로 말할 것'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03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 논란

최근 한겨레와 한국일보 간 칼럼과 사설이 논쟁에 휘말렸다.
바로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와 관련해서다.
한겨레 사설 '고대교우회의 빗나간 교우 사랑'(1월9일자)은 고대교우회 100년사의 도를 넘은 명비어천가를 비판하며 한국 3대 마피아 중 하나로 불리는 고대 교우회가 이명박 당선을 계기로 그 세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일보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은 '마피아 본색'(1월14일자)이란 컬럼을 통해 관련 한겨레 사설은 고려대교우회의 낭설 하나 가지고 모든 고대출신들을 자신의 세력확장을 계획적으로 의도하는 권력집단으로 과장 모독했다며, 수구 찌라시를 욕하다 선동 삐라로 전락하는 한겨레의 모습이 보기 딱하다고 일갈했다.

이 논란을 두고 한국일보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공개적인 후배의 물음에 대해 강 위원이 공개적으로 해명글을 내기도 했다. 나도 처음엔 강 위원이 이명박과 고려대를 옹호한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아니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고대교우회의 글이 촌스럽고 황당하다는 데에는 두 컬럼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우선 강 위원의 문제 인식 자체는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분명 모든 고대, 해병대, 대구경북 출신들이 패거리문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중 권력중심에 가까운 몇몇이 이 같은 잣대로 너와 나를 구분하고 세력 확장을 꾀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진실이다. 한겨레가 없는 사실을 있다고 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명박이 교우회 행사에 가서 한 얘기들을 보라. 눈 앞에 보이는 패거리 짓거리를 두고 이를 무시하기란 신문으로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거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 사설의 주어는 모두 '고대교우회는'이지 '고대 출신'이 아니었다. 따라서 모든 고대출신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강 위원의 말은 근거가 없다.

기자로 밥벌이를 한지 30년이 됐건 1년이 됐건 독자의 평가 앞에서는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논지와 달리 생각했다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정성껏 해명할 일이지 "감히 내권위에 도전을"이라며 핏대세울 일은 아니다. 이제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엘리트주의적 언론관은 버려야 할 때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그와는 별개로, 강 위원의 해명을 통해 대중의 여론에 무관하게 해야할 말은 하는 것이 언론인의 자세라는 것, 사설은 바로 신문사 소유주의 것이니 사설과 기사가 따로는 노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얘기 등은 평소 궁금증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소중한 조언이었다.



<논쟁이 된 기사>
**한국일보 강병태 수석논설위원의 '마피아 본색'(1월14일자)

마피아는 19세기 중반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 섬의 100여 지역 범죄집단, 이른바 패밀리들이 만든 느슨한 비밀결사를 일컫는다. 저들끼리는 코사 노스트라(Cosa Nostra)라고 부른다.

‘our thing’ 또는 ‘same thing’이란 뜻이라니, 우리 편 또는 같은 편이라는 말인 듯하다. 이들이 널리 알려진 것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동부 이탈리아 이민사회에 다시 뿌리내린 데 따른 것이다. 마피아 패밀리들은 온갖 범죄영역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공권력을 제치고 대신하는 노릇까지 한다.

■이런 마피아의 본디 특색과 정체, 뭉뚱그려 본색에 관한 온라인 백과 Wikipedia의 풀이가 흥미롭다. 국가권력이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데서 비롯된 사회현상 또는 문화이다.

이때 마피아는 그저 범죄조직이 아니라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 나아가 보호자를 자임하는 의식과 태도를 의미한다. 그 바탕은 과장된 자부심과 명예의식, 심지어 사회적 책임감이다. 공조직을 포함한 특정집단을 마피아로 부르는 것이 악의만은 아닌 것과 통한다.

■이런 마피아의 본디 특색과 정체, 뭉뚱그려 본색에 관한 온라인 백과 Wikipedia의 풀이가 흥미롭다. 국가권력이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데서 비롯된 사회현상 또는 문화이다.

이때 마피아는 그저 범죄조직이 아니라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 나아가 보호자를 자임하는 의식과 태도를 의미한다. 그 바탕은 과장된 자부심과 명예의식, 심지어 사회적 책임감이다. 공조직을 포함한 특정집단을 마피아로 부르는 것이 악의만은 아닌 것과 통한다.

■낡은 상식을 얘기한 것은 ‘고대교우회의 마피아 본색’이란 지난 주 한겨레신문 사설이 황당하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음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해외 동포사회에서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의 유난한 결속력을 우스개 삼아 마피아에 빗댄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교우회가 펴낸 ‘100년사’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한껏 칭송하고, 그가 참석한 새해인사 모임이 ‘요란뻑적’ 했다고 해서 마치 국가권력 찬탈을 도모한 대역무도한 집단인양 매도한 것은 우습고도 개탄스럽다. 신문의 기본을 내팽개치고 짓밟은 난동, 난설(亂說)이다.

■나는 ‘원조 패밀리’라는 TK출신에 고려대를 나왔다. 또 연락장교로 해병 빨간 명찰을 단 적이 있어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연분도 한겨레 사설이 떠든 ‘결속력, 목표의식, 실행력’으로 수많은 ‘형제급 동문’의 출세를 돕는다고 생각할 수 없다.

TK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대교우회 등으로 엇갈렸다 다시 만나기를 거듭하는 거대한 사회집단을 협소한 패밀리, 패거리의 틀에 얽어 넣는 것은 도착(倒錯)이고 착란이다.

악에 받친 듯한 말투와 해괴한 논리로 스스로 패거리 본색을 드러낸 것은 무너진 전선을 다시 형성하려는 시도일 수 있겠다. 그러나 전에도 지적했듯, 수구 ‘찌라시’를 욕하다 선동 ‘삐라’로 전락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한겨레 사설 '고대 교우회의 빗나간 동문 사랑'(1월9일자)

한국 사회엔 3대 ‘패밀리’가 있다고 한다.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 고려대 교우회가 그것이다. 굳이 서양 마피아에나 어울리는 ‘패밀리’ 호칭을 쓰는 이유는 결속력, 목표의식, 실행력이 다른 집단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한국에서 패밀리의 원조는 티케이(대구·경북)라고 해야 할 것이다. 티케이는 경부축 중심의 개발 과정에서 경제적 부를 쌓았고, 박정희 쿠데타 이래 30년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정치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호남향우회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 결속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티케이와 비교된다. 그러나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된 호남인들이 살아남고자, 혹은 최소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속이라는 점에선, 지배블록 티케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병전우회도 사실 결속력만 강할 뿐 다른 패밀리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을 움직이는 건 정치·경제적 동인이 아니다. 이들을 묶어주는 건 험한 군 경험뿐이다.

그런 점에서 티케이와 가장 닮은 건 고대 교우회다. 다른 대학은 동창회 혹은 동문회라고 하지만, 고대는 특별히 교우회라는 이름을 쓴다. ‘같은 학교의 우애 있는 친구’라는 뜻이다. 단순한 동문이 아니라 형제급 동문인 것이다. 그러니 결속력은 강할 수밖에. 게다가 고대 출신은 대한민국 3대 학벌을 형성하고 있다. 입법부나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 웬만한 회사에도 고대 교우회가 꾸려져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막강 권력인맥이 형제급의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패거리로선 전성기의 티케이가 부럽지 않다.

그럼에도 고대 교우회는 권력을 계속 더 확대하려 한다. 더 많은 명망가를 확충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고, 각종 행사를 통해 결속을 도모하고, 그 인맥을 통해 교우의 출세를 돕는다. 6개월짜리 최고위 과정만 밟아도 교우로 인정하는 건 그 일환이다. 자연자원 정책과정을 수료했을 뿐인 심형래씨는 ‘세계로 뻗어가는 자랑스런 심 교우’다.

그런 고대 교우회가 이명박 교우의 당선 이후 ‘승리의 새벽’을 구가하고 있다. 창립 100돌을 맞아 펴낸 교우회 100년사에 실린, ‘명’비어천가는 압권이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은 한 오라기 지성의 흔적마저 지워 버렸다. 광신적 찬양과 선동이 넘치던 그 자리의 주인공은 이 당선인이었다.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그가 느낀 건 자부심일까 두려움일까.

Posted by 좀스